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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개인주의를 권하다. 이진우. 21세기북스. (2022)

꽃.개 2022. 1. 29. 18:43

[2022-03 / 인문.교양철학] 개인주의를 권하다. 이진우. 21세기북스. (2022)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스스로 모든 판단의 중심에 서서 자기 진리가 되어 진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런 개인주의를 말한다.

가진 에너지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꺼내어 쓰는 직업으로 살기에 매년 겨울이 되면 스스로 겨울잠 자듯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고요한 곳에 여행을 가거나, 사색이나 산책을 하며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한다. 그럴 때마다 좋은 책의 기운을 받는 편인데, 올해는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로 불리는 이진우의 ‘개인주의를 권하다’가 내게 다가왔다.

코로나 시대 3년 차를 맞이하며 축적된 상실과 무기력으로 나 자신을 잃고 그저 살아가기에 급급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 버티고는 있지만, 변화무쌍하게 반복되는 코로나라는 변수에 적응하고 살아내기는 어려운가 보다. 시시때때로 지치고, 버거움을 느낀 지 오래다. 나를 잃고 그저 살다 보니 책도 멀어지고, 삶의 의미도 잃고, 그저 가십거리나 유튜브, 자극적인 정보에 빠져 감정 기복만 키우며 지내는 게 전부인 삶을 살다가 2022년 1월을 맞이하며 계속 이렇게 넋 놓고 지내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중 가장 먼저 읽게 된 ‘개인주의를 권하다.’는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삶의 지혜 같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책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냐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 ‘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보통 사람들에게 ‘나’는 드러내기 쉽지 않은 조심스러운 존재나 상태이다.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점을 구분하고,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분한다. 아무개가 아닌 나, 우리보다 나를 위한 생각,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준다.

선택의 위험을 회피하고, 전통적 가치와 사회 규범 같은 굴레에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 전가하며 나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못했던 몇몇 사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 자신으로 올곧게 살기 위해 나를 사랑해야겠다. 나의 판단을 믿고 행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야겠다. 성찰이 무엇인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내가 성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성찰이 아닐까. 니체는 어려웠지만, ‘개인주의’는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못나고 부족한 나지만, 이런 나를 토닥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그것이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법이자 나를 찾아가는 삶이 될 것 같다.

칸트는 개인의 기준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것. (252-253)

개인은 반드시 차별화를 통해 생성된다. 차별화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할 때 생겨난다. 이런 자율적 행위가 개성을 창조한다. 이런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워진다. (253-254)

선택은 우리의 가능성이기도, 짊어져야 할 짐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모든 게 달라지는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5년, 10년, 20년 뒤는 물론 한 달 후의 삶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면 혹시 내가 원치 않는 것을 선택하는 오류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노멀크러시의 명제처럼 아무것이라도 선택해 나를 돌아보며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 (233)

개인주의의 전제조건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다. (238)

개인주의는 몸과 정보를 소유한 인격의 주체가 자신의 행위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246)

몸은 개인의 자유로운 심리적 도피처인 프라이버시와 연결된다.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실현할 소유물이 필요하다. 인간은 소유함으로써 자유로워진다. 인격을 발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지도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이 된다. (24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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