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박상미 옮김. 특별한서재. (2021)
[2021-38 / 인문학, 정신분석, 에세이] 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박상미 옮김. 특별한서재. (2021)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실수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158)
영적인 감각을 믿는다. 나의 마음이 개운하고 맑을 때, 본능에 충실할 때 떠오른 감을 믿는다. 2016년 ‘될 일은 된다. (정신세계사, 2016)’가 그랬고, 2017년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2005)’, 2018년 ‘게으름의 즐거움(호미, 2003)’, 2019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2019)’, 이후로 2021년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시절인연이라고 적당한 시기에 괜찮은 책이 내게 왔다.
올해는 시종일관 무기력했고, 벗어날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버티기에 급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날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그저 뜨거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책 읽기도, 이전의 일상의 리듬도 도무지 가라앉기 일쑤였고, 그저 지금을 살아내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나만의 연말 행사(?)였지만, 작년엔 할 수 없었던 일을 저질렀다. 무리해서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 시간 동안 나는 ‘빅터 프랭클’과 함께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던 예전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롯이 책에만 몰입했다. 책과 함께한 한나절 동안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고, 다이어리는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저자가 수용소에서 보낸 경험과 정신요법 제3 학파로 불리는 로고 테라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책 ‘빅터 프랭클-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은 저자가 아흔 번째 생일을 기념해 전 생애를 회고하며 정리한 자서전이다. 영리하고 다재다능한 정신과 의사이자 유대인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는 고통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꾼 위대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의 글 자체에서 느껴지는 선한 영향력에 감정 이입하여 책에서 소개하는 역설 의도기법으로 나의 예기불안을 내려놓을 만한 단서를 찾아내었다. 수용소에서의 일화와 로고 테라피라는 위대한 업적에 대한 글도 좋았지만, 빅터 프랭클이라는 한 인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더 좋았다. 관계, 위트, 사건을 대하는 마음가짐, 가족에 대한 사랑, 선한 영향력 등 다 좋았다.
책 자체에 인쇄된 밑줄이나 볼드체의 글씨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밑줄에는 울림이 느껴진다. 책에 인쇄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형광펜으로 그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완성하고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삶에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살겠다. (166)
의미 있는 일에 등급이 있듯이, 의미 없는 일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그것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27)
우리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28)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다. (171)
2021년의 마지막 날,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를 찾았다. 삶의 이유를 되찾고 다시 일어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