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예술하는 습관. 메이슨 커리. 이미정 옮김. 걷는 나무. (2020)
[2021-03/인문학.교양인문학] 예술하는 습관. 메이슨 커리. 이미정 옮김. 걷는 나무. (2020)
완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겨우 완독해냈다. 코로나로 찾아온 멘붕의 시기에 나를 다잡고자 충동적으로 산 책은 전부 다 읽히지 않는다. 2021년이 되면서 이놈의 안개 속에 그럭저럭 적응하게 되어 넘기지 못한 책장을 마저 넘겼고, 겨우 다 읽어냈다.
수전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 “대체 어떻게 해낸 거지?” 이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13)
성인 여성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것, 그중에서도 예술을 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가짐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을 예술가를 꿈꿔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의 하루, 습관에 집중했다. 소설가,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등의 하루 루틴과 작업 습관을 찾아 모아 ‘데일리 루틴’이라는 블로그에 업데이트했고, 그 결과물을 모아 2013년에 ‘리추얼’을 출간했다. ‘예술하는 습관’은 남성 예술가의 비율이 확연히 높았던 ‘리추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 예술가의 루틴’을 모아 펴낸 책이다. (책날개 참고)
약 130~140여 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습관을 작가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여 간단한 일화 등으로 2~3페이지 정도 설명하고 있다. 그중 90%는 처음 본 이름이라 낯설었고, 누가 누군지 비슷한 듯 다른 작가들의 루틴을 엿보는 경험은 처음엔 신기했지만, 나중엔 버거웠다. 분명 재미있어야 하는데 재미없었다. 신나지 않는 내 마음이 무거울 정도로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블로그에 모은 정보를 2013년도에 출간했으니, 그 이전에 모은 자료였으리라. 2013년의 내가 저자의 블로그를 봤다면 한눈에 반했을 것이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동경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이 책을 읽기엔 너무나 지루하고 버거웠다. 대표 작품이나 사진이라도 함께 담아주었다면 어땠을까. 글과 그림이 더해진 블로그 자료를 책으로 출판한 한계가 느껴진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예술가를 검색하기 위해 네이버에 찾았더니 책의 내용을 ‘토시 하나 다르지 않게 글을 그대로 옮기고, 작가 사진이나 작품 이미지만 추가한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좋아요 하트 숫자가 아주 많았고, 꽤 많은 사람이 좋은 정보를 알려줘 고맙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베낀 게 전부인데, 출처 표기나 하지. (출판사에서 만든 블로그라면 꽤 괜찮은 움직임이다.)
블로그나 포스트, 이북이나 매거진의 형식이었다면 지금보다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다 담으려는 출판사의 욕심인지, 작가의 실수인지, 시기가 안 맞았던 건지. 불편한 마음으로 리뷰를 검색하니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인 듯 하여 안심이 되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있는 책인데 말이다.
완독에 얽매이지 않고, 심심할 때 차례와 관계없이 아무 쪽이나 펼쳐 한두 편씩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뜨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196-주나 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