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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2020. 5. 1. 00:21

[2020-17/역사, 세계사] 완벽주의자들. 사이먼 윈체스터. 공경희 옮김. 북라이프. (2020)

나는 완벽주의자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보내지 못한다. 신문을 읽을 때에도 맨 첫 장 주요 소식부터 맨 끝장 사설까지 토시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신문 보는 데만 매일 1시간 반 정도 소비하는 것 같다. 업무를 대할 때에도 상당히 꼼꼼하게 챙긴다. 내 전공이 아니어서 배경지식이 없는 업무도 기본 원리부터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가 선택하는 방향까지 전부 파악한 후에 행동한다. 꼼꼼하지만, 실행력은 아주 느린 편이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최근 코로나로부터 마주한 변화는 심각한 버퍼링을 가져왔다. 불현듯 찾아온 위기에 대한 데이터 없이 움직이려니 머뭇거리는 순간이 많아졌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가 무심코 발을 옮겼는데 아직 빨간불이었고, 차가 지나가고 있어서 아차 싶은 적도 있다. 나는 왜 나를 들들 볶으면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는 건지 답답하고 힘든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나,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이 책은 내가 선택한 이유와 전혀 상관없는 역사책이었다.

정확성은 목표로 하는 가치에 충실한 것이고 정밀성은 그 행위 자체에 충실한 것이다. (26)

세계사 곳곳에서 완벽을 추구한 사람들 덕분에 역사가 바뀐 순간들이 ‘허용오차’의 순서로 이어진다. 0.1 정도로 낮은 정밀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그램인 고도의 정밀도로 향하고 있다. 이런 걸 다 어떻게 알아내고 조사해서 책을 낼 수 있는지, 이 작가야말로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 엄청난 정보가 담겨있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난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지질학을 전공한 지질학자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프로 저널리스트였다. 이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썼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나만 알지 못했을 뿐,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몇 년 전 흥미롭게 읽었던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 2017)’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 사건들을 저자만의 세계관 안에서 흥미로운 글을 쓰는 사람. 총, 비행기 냉각장치, 시계 속 태엽, 자물쇠, 트랜지스터 등 평소 나라면 전혀 관심 갖지 않을 물건들의 뒷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늦은 밤 책을 펼쳤다가 잠이 깨버려서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읽어 내려갔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추상적인 완벽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분명한 완벽주의자들이 만드는 역사 속 이야기들이 ‘세상에 이런 일이’나 ‘서프라이즈’를 보는 듯 흥미롭고 재미있다.


나를 돌아보려고 읽기 시작한 책이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져 애초에 목적 따위는 잊혀버렸다. ‘정확’이 아닌 ‘정밀’이라는 키워드를 파헤쳐 가는 저자의 글 솜씨에 빠져버렸다. 최근 읽은 세계사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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