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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2020. 5. 11. 17:50

[2020-20/역사, 세계사]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오치 도시유키. 서수지 옮김. 사람과 나무 사이. (2020)

어쩌다 보니 올해엔 역사 관련 책에 관심이 간다. 삼국지 첩보전, 완벽주의자들, 그리고 이 책, 37가지 물고기 이야기까지. 코로나로 인한 사회 상황에 깨어있기 위해 신문을 자주 읽다 보니 역사나 세계사에 관심이 생겨났나 보다.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는 서양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에 대한 저자의 궁금증으로 시작된 책이다. 그중에서도 청어와 대구, 그리고 기독교에서 물고기가 상징하는 바를 중심으로 쓰여있다. 물고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소금에 절인 청어, 훈제 청어, 말린 대구 등 물고기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활용하여 어업산업을 장악했는지, 각 나라가 어떤 관련을 맺으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어업 활동 중심의 세계사 책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 오치 도시유키는 일본인으로 셰익스피어와 미국 사회를 전공한 학자다. 일본인이 쓴 유럽의 물고기 역사라니.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느껴졌지만, 책을 읽다 보니 당연한 관심의 흐름이 아니었나 싶다.

“너를 절여 말린 대구로 만들어버리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중에서)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전공하였는데, 셰익스피어는 물고기를 종종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시켰고, 상징성을 담곤 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물고기는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기 vs 생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나뉘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청어는 주로 천덕꾸러기나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다.

영토의 경계가 없는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업활동은 고기를 잡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공하여 어떻게 보관하는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물고기로부터 연결되는 해양 지배의 헤게모니를 설명하고 있다. 보통 역사적 사건의 흐름에 따라 알고 있던 세계사의 전개와는 아주 다른 방식의 이 책은 물고기 이야기가 전부라 어렵지만, 그럴듯하다.

파란 글씨는 저자가 발췌한 원문의 일부이고 검정 글씨는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발췌한 원문에 대한 궁금증을 저자 나름대로 찾은 자료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동양인으로서 대서양이나 지중해 등에서 잡히는 청어를 먹어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 어떠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상상할 수 없다. 그저 책이 알려주는 정도만큼만 이해할 수 있었기에 깊이 있는 읽음이 되진 못했지만, 물고기로 부터 풀어가는 서양사를 알게 되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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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8/자기계발, 창의적사고] 직감이 무기가 된다. 우치다 카즈나리. 이정환 옮김. 한빛비즈. (2020)

결국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것이 옳다거나 해야 할 일이라는 식의 이론, 즉 논리가 아니다. 하고 싶다거나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 즉 감정이다. (31)

예술전공자로 '촉'이나 '감'을 믿는 편이다. 취업이나 승진하는 순간을 비유하는 중요한 꿈도 꾼 적이 있다. 업무에 찌든 요즘은 감보다는 성실과 계획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본능을 거스르는 느낌이 든다. 의도적으로 감을 살려보려 치면 논리와 체계에 치여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곤 한다. 앞이 막막하던 시기에 '직감이 무기가 된다.'라는 제목의 책이 내게 단비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만났다.

저자 우치다 카즈나리는 와세다대학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공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좋다'. '싫다' 같은 감정이 논리적 사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논리만으로 사업할 수 없음을 '직감'과 함께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저술하고 있다.

이 책은 좌뇌(논리) 형 사람이 직관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직관형의 사고가 얼마나 유익하고 꼭 필요한지 객관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우뇌(직관) 형 사람으로 읽기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직관형 인간으로서 살면서 점점 더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내 모습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어서, 나의 직감을 무기로 활용하는 방법이 궁금했는데 더 복잡해졌다. '촉'이나 '감'으로 생각하던 감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그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되니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저자는 논리적 사고로 틀을 세우고 직감적으로 살을 붙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직관형 인간으로서 나는 반대로 사고하고 반응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나와 같은 직관형 사람들을 위해 반대되는 입장의 글도 한 챕터 정도 추가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나와 반대의 사람들이 훨씬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뭔가 이상한 뭔가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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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2020. 5. 1. 00:21

[2020-17/역사, 세계사] 완벽주의자들. 사이먼 윈체스터. 공경희 옮김. 북라이프. (2020)

나는 완벽주의자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보내지 못한다. 신문을 읽을 때에도 맨 첫 장 주요 소식부터 맨 끝장 사설까지 토시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신문 보는 데만 매일 1시간 반 정도 소비하는 것 같다. 업무를 대할 때에도 상당히 꼼꼼하게 챙긴다. 내 전공이 아니어서 배경지식이 없는 업무도 기본 원리부터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가 선택하는 방향까지 전부 파악한 후에 행동한다. 꼼꼼하지만, 실행력은 아주 느린 편이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최근 코로나로부터 마주한 변화는 심각한 버퍼링을 가져왔다. 불현듯 찾아온 위기에 대한 데이터 없이 움직이려니 머뭇거리는 순간이 많아졌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가 무심코 발을 옮겼는데 아직 빨간불이었고, 차가 지나가고 있어서 아차 싶은 적도 있다. 나는 왜 나를 들들 볶으면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는 건지 답답하고 힘든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나,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이 책은 내가 선택한 이유와 전혀 상관없는 역사책이었다.

정확성은 목표로 하는 가치에 충실한 것이고 정밀성은 그 행위 자체에 충실한 것이다. (26)

세계사 곳곳에서 완벽을 추구한 사람들 덕분에 역사가 바뀐 순간들이 ‘허용오차’의 순서로 이어진다. 0.1 정도로 낮은 정밀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그램인 고도의 정밀도로 향하고 있다. 이런 걸 다 어떻게 알아내고 조사해서 책을 낼 수 있는지, 이 작가야말로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 엄청난 정보가 담겨있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난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지질학을 전공한 지질학자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프로 저널리스트였다. 이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썼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나만 알지 못했을 뿐,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몇 년 전 흥미롭게 읽었던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 2017)’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 사건들을 저자만의 세계관 안에서 흥미로운 글을 쓰는 사람. 총, 비행기 냉각장치, 시계 속 태엽, 자물쇠, 트랜지스터 등 평소 나라면 전혀 관심 갖지 않을 물건들의 뒷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늦은 밤 책을 펼쳤다가 잠이 깨버려서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읽어 내려갔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추상적인 완벽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분명한 완벽주의자들이 만드는 역사 속 이야기들이 ‘세상에 이런 일이’나 ‘서프라이즈’를 보는 듯 흥미롭고 재미있다.


나를 돌아보려고 읽기 시작한 책이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져 애초에 목적 따위는 잊혀버렸다. ‘정확’이 아닌 ‘정밀’이라는 키워드를 파헤쳐 가는 저자의 글 솜씨에 빠져버렸다. 최근 읽은 세계사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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