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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20. 4. 20. 19:00

[2020-16/소설, 영국 문학]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우리 옮김. 더 클래식. (2020)

책 읽기를 즐기지만, 문학 작품 읽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세계 문학 컬렉션’ 같은 건 더욱더 어렵다. 독서 모임을 통해 고전 읽기를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다. ‘데미안’과 ‘1984’인데 몇 페이지 못 보고 책장을 덮은 경험 덕분에 고전 문학을 대할 때면 두려움이 앞서는 편이다.

그 후로 몇 권을 다소 힘겹지 않게 완독 했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고전문학에 대한 약간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여러 출판사로 읽게 되었다. 그중 ‘더 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두께나 크기, 글씨체와 종이의 느낌, 특히 번역체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에 비해 편안하게 느껴졌다.

더 클래식 출판사에 대한 약간의 호감으로 리어왕에 도전했다. 리어왕은 더 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25번으로 올해의 신간(?)은 아니다. 2020년 3월에 개정판 1쇄를 찍으며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과 같은 양장본으로도 함께 출간하였다. 더 클래식 출판사의 개정판 ‘리어왕’이 컬렉션과 양장본, 총 두 가지의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된 셈이다. 책 소장을 즐기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아니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테리어용(?)으로 솔깃할 만한 예쁜 책 한 권이 나타났다.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읽는다는 그 셰익스피어의 책을 나는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20여 년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등장하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게 전부이다. 그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왜 저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말투로 연기를 하는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풀렸다. 그건 셰익스피어 소설 속의 말투였다. 1600년대 소설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한 작품이라는 ‘리어왕’은 작가나 제목의 유명세로 첫인상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내용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쉽고 재미있었다. 죽음, 변절, 배신과 신념, 의지 등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만한 소재나 주제가 아니었지만, 이해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줄거리와 풍자와 비판을 담긴 글을 읽으며 과연 ‘권장 도서’라 부를 만 하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관계도를 그리곤 한다. 헷갈리는 사람들의 이름만 정리되어도 훨씬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리어왕’은 처음부터 연극 무대용으로 쓰인 글인지는 몰라도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인물의 성격도 파악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관계도 하나만 있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총 5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마다 주제나 암시 등이 명확해서 나처럼 고전 초보자가 도전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1600년대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겠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체 읽는 리어왕도 괜찮았다. 작품 해설에 나오는 ‘nothing can come of nothing.’ 문구가 마음에 남는다. 영어에 능숙하진 않지만, 원어로 읽고 이해하면 더욱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더 클래식 출판사는 영문판도 함께 제작하여 증정한다. 언젠가 영문판도 술술 읽어보고 싶다.


잘 들어봐요, 아저씨.
가진 것을 다 보여 주지 말고
아는 것을 다 말하지 말고
가진 것을 다 빌려 주지 말고
걷는 것보다는 말을 타며
듣는 말은 다 믿지 말고
내기에는 다 걸지 말며
술과 계집은 뒤로하고
집 안에만 머무르면
열의 두 곱인 스물이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41)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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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5/사회과학, 칼럼]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푸른 숲 출판사. (2020)

2월 초 도서관이 휴관한 후부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없다는 답답함으로 평소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책 4권을 주문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주문한 후 목차와 내용을 훑고, 읽을만하면 대여해서 읽고, 너무 좋으면 구매.’하는 나만의 책 탐색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들인 4권 중 가장 먼저 완독 한 이 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미생’ 같은 드라마에서나 본 적이 있는, 평범한 나의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거친 날것의 세상을 간접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일이 아니니까 방송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큰 관심이 없었고, 몇몇 아나운서나 피디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방송국에서 권력을 쟁취하고 지켜내기 위해,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민식 PD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 없이 코로나로부터 이겨내고 싶어 단순하게 제목만 보고 산 이 책은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한두 번 정도? 학부 시절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러시아의 한 대학교에 여름방학 동안 교환 학생으로 갈 기회가 있었다. 성적순으로 선착순 접수를 받았고, 마감 하루 전날 늦은 시각 접수한 나는 당연히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결과 통보도 받지 못해 다시 확인해보니 접수 마감 다음 날 한 전공 교수님께서 힘을 써서 본인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몰아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넌 2학년이니까 3학년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내년에 다시 신청하라.’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하지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그 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석 달째 수입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작년에 너무 열심히 일했고, 은퇴하신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고 있기에 재난 수당도 받지 못한다. 기업이나 단체가 나를 보호해야 할 의무나 소속이 없는 자영업자이니까 이 불안감을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겠지.

내가 경험한 이런 불편함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거창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의 경험과 비교하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통의 크기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내게 닥친 내 일을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중한 일이지. 저자는 불의에 맞서서 방송국의 피디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삶을 글로 남겼고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처절해서 밟히고 밟혀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생명력이 강한 잡초처럼 느껴진다.

코로나에 대입시켜 글을 읽었다. 명쾌한 해답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묘하게 들어맞는 부분도 있었다. 재미있게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이런 책을 출간해도 괜찮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민식 피디님처럼 똑똑하지 않아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 괜찮을까요?

“형, 그냥 사요.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 그냥 지금 해요. 인생에 나중은 없어요.” (12)

힘든 시기가 계속될지라도 웃음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힘들 때일수록 웃음의 힘으로 버텨야 하니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웃고 보련다. 코미디 피디는 우리 시대의 광대다. 광대가 웃음을 잃어버리면, 희망은 어디에 있겠는가. (147)

공공재가 무너져도 신자유주의 세상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체하는 더 멋진 자본재가 있으니까. 그것이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유튜브든 팟캐스트든. (168)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싸울 때도 즐겁게 싸울 수 있다. 운동이란 결국 나를 확장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다. 나의 신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관건은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도 보고 함께한다는 것이다. (206)

절도 있는 응징을 위한 네 가지 조건 : 우선 상대가 협력하는 한 거기에 맞춰 협력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 둘째, 상대의 예상치 않은 배반에 응징할 수 있을 것. 셋째, 상대의 도발을 응징한 후에는 용서할 것. 넷째, 상대가 나의 행동 패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행동을 명확하게 할 것. -로버트 액설로드, (협력의 진화)(216)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22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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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4/에세이] 책 대 담배. 조지 오웰. 강문순 옮김. 민음사. (2020)

3년 전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난해했고, 재미없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고전이나 스테디셀러 문학 작품을 도전하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읽기 어려운 그때마다 사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로부터 정상적인 업무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지 8주째이다. 처음엔 두려웠고,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로 스트레스받았지만, 지금은 견딜만하다. 돈만 없을 뿐 내 생활 리듬은 그럭저럭 적응되어 괜찮다. 이 시기에 우연히 ‘책 대 담배’ 신간 소식을 접했다. 제목부터 끌림이 느껴졌다. 몇 번을 도전했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라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 시기에 도전해볼 만한 가치를 느껴 동네 서점에 입고를 부탁해서 사 왔다.

‘동물농장’이나 ‘1984’등 조지 오웰이 쓴 몇 가지 소설이 크게 알려져 소설가로 불리지만, 사실 에세이를 더 많이 남겼다고 한다. 그중 9가지의 이야기를 엮은 ‘책 대 담배’는 얼마 전 읽은 이승우의 ‘소설을 살다(민음사, 2019)’와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승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 감정의 결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지만, 조지 오웰은 남의 나라 사람이라 종잡을 수 없고 독특하다고 느꼈다.

저자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살았고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동물 농장’을 발표했다. 아내를 잃고, 지병이었던 폐결핵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병상에서도 집필활동을 이어가며 ‘1984’를 발표했고, 47세에 생을 마감했다.’ (책 소개 참고)

‘책 대 담배’는 이 책에 수록된 첫 번째 에세이의 제목이다. 책과 담배를 비유하는 설명이 일반인인 나의 생각과도 비슷해서 피식거리며 읽었다. ‘어느 서평가의 고백’은 서평단에 속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찔림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로서 책과 서평, 글 쓰는 행위, 책방 등 책과 관련된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글을 통해 느끼는 저자는 매력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요정도 느낌과 무게를 지닌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편인데 석 달째 도서관이 휴관 중이라 보고 싶은 것은 사게 된다. 다시 읽게 되진 않을 것 같은데, 여러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어서 도서관에 가고 싶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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