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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문학2019. 11. 23. 21:34




[2019-68 / 한국소설] 빛의 과거. 은희경. 문학과 지성사. (2019)

어느 순간 나는 그녀에게서 나의 또 다른 생의 긴 알리바이를 보았던 것이다. (13)

혼자라는 건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뜻하는 거였다. (84)

그동안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가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오현수는 모르는 것이 거의 다라는 생각을 하나 더 보태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다른 조건을 가진 삶에 대한 존중의 한 방식이었다. (264)

그녀는 깨어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고 말한 뒤 깨어난 사람은 누구나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그 책임을 회피한다면 언제까지나 주인 된 세상에 살지 못하고 남의 세상에 억지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67)

우리가 아는 자신의 삶은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334)

어차피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고 우리에게 유성우의 밤은 같은 풍경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하듯 과거의 진실이 현재를 움직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335)

문학소녀(?) 가 되고 싶던 20대 후반에 열심히 챙겨보던 은희경 작가가 신간을 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새의 선물’,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이니 꽤 오랜만이다. 한동안 소설 같은 걸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실 그런 건 나 하기 나름인데.. 사실 소설을 멀리했던 건 핑계다. 열심히 먹고사는 사람 코스프레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무슨 바람이 불어 은희경 작가의 신작을 만났다. 인물 심리묘사가 가득한 여성여성한 감정을 건드리는 내 기억 속 은희경 그대로다. 기숙사 같은 건 살아본 적도 없고, 70년대에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지만,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된 듯 소설에 푹 빠져 읽었다. 은희경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지 내 이야기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푹 빠져들었다. 등장인물 이동휘의 마음이 궁금해서 ‘좁은 문’을 읽기 시작했다. 내 취향은 제롬보단 이동휘지만.

한없이 철없고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맑은 청춘 나의 이십 대 초반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삶에 찌든 지금이 오버랩되었고. 건조한 가장의 무게만 가득한 내게도 여성스러운 감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되새기게 해준 ‘빛의 과거’, 참 좋았다. 역시 은희경. 대세 김금희보단 은희경의 연륜과 탄탄함이 좋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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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또 읽기/인문2019. 11. 22. 02:19




[2019-69 / 인문학. 동양철학] 주체적으로 산다. 임홍태. 문헌재 (2019)-왕양명의 <전습록> 읽기

내게 고등학교 2학년, 윤리 시간은 참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이다. 암기 과목 외우듯 뜻도 모르고 단어만 달달달 외워 시험만 잘 보면 그만인 시간이었다. 교과목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간 중 단 1년, 일주일에 한두 시간 동안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학자의 사상을 훑어보려면 영어단어 외우듯 달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윤리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조금은 이해되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고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동서양 학자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한 책들을 가끔 읽는데, 위인들로부터 통하는 큰 줄기의 방향 같은 게 있다는 걸 느낀다. 지행합일, 격물치지, 심즉리의 양명학, 주자학을 반대하여 나타난 왕양명의 양명학 책을 읽게 되었다. 20년 전 그저 외웠던 그 실체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주체적으로 산다’를 선택했다.

동양사상과 철학을 연구하는 저자 임홍태는 왕양명의 <전습록>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책을 집필하였는데, 동양철학에 대한 깊이가 얕은 독자로서 비슷한 단어들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글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읽어냈지만, 전체를 이해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외부나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 양명학의 핵심은 마음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싫어하던 윤리 과목, 사상가들의 사상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본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학자들과 사상, 그 속뜻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살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잃고 헤맬 때 선인들의 책에 기대어 숨 고르기를 하게 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칠 때마다 버팀목 같은 책을 만난다. 4년 전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 3년 전 이진우의 니체(휴머니스트, 2015)가 그랬다. 그 책들을 읽으며 어렴풋이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좀 많이 지치고 무기력한 요즘의 내게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말고 나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라는 이 책 덕분에 생각 가지치기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진 않지만, 꾸역꾸역 해내고 싶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시켜서 꾸역꾸역 외워야만 했던 양명학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지키고 싶은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조금 어려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좋은 때에 좋은 책을 만났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반드시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야 하며, 덕을 심는 사람은 반드시 그 마음을 길러야 한다. (38)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믿고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서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 하려고 하는’ 생각을 유지한다면 나의 생각이 ‘나는... 하려 한다’는 데서부터 점차 ‘나는... 해야 한다’ 또는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감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아서 대담하게 견지해나갈 때 비로소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 능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습니다. (33)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를 이길 수 있다. (232)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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