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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7 / 인문학. 교양인문학] 산의 마음을 배우다. 권부귀. 바이북스. (2019)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에 빠져있던 작년 겨울, 우연히 다녀온 아차산에서 서울 둘레길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아차산 등산로 초입에 빨간 우체통이 하나 있는데, 서울 둘레길을 다녀갔음을 인증하는 스탬프 찍는 공간이었다. 서울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잇는 둘레길을 돌며 정해진 위치에서 인증 도장을 찍으면 완주를 인증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 썩 부담스럽지 않아서 바로 다음 주부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차산 다음 구간인 광나루역에서 시계 방향으로 출발하여 한강을 건넜다. 체력이 좋지 않던 시기라 가이드북이 안내하는 하루 코스 중 1/3 정도만 겨우 걸을 수 있었다.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3~5㎞ 정도, 시간은 3~4시간, 등산이라고 하기엔 다소 가벼운 능선을 따라 걷는 서울 둘레길은 비교적 즐거웠다. 힘들지 않게 서울 외곽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말마다 둘레길을 돌며 가장 좋았던 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여정이라 처음엔 칼바람에 앙상한 나무숲을 지났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건조한 겨울나무에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는 생명력, 구름과 바람과 해의 변화무쌍함, 푸르른 잎이 주는 그늘 등 지나가는 동네마다, 나무마다 변화하거나 멈춰있거나 내게 주는 무한한 에너지에 기운과 체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정에 밀려 완주는 하지 못했고 20% 정도 남겨두었지만, 둘레길을 돌던 그 시간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암 환자가 1,000회 등반으로 터득한 치유의 길’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워 책장을 펼쳤다. 나 역시 산에서 받은 에너지를 알기에 산이 가진 무엇이 암까지 치유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권부귀라는 한 여성의 삶이 담긴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산을 통한 치유기이지만, 스승님 또는 부모님 세대의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느 방향을 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용감하고 건강한 권부귀 님의 글을 읽으면서 김형석 할배의 백 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 2016)도 생각나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엄마도 생각난다. 일과 삶의 기준을 정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나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산에 가면 암이 회복된다.’ 같은 내용이 아니어서 더욱더 좋았던 이 책. 나의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졌다.

Posted by 따듯한 꽃.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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